지난 12월2일 예산안의 법정 처리시한 내 처리가 무산되자 언론들은 정부와 여야 정당을 싸잡아 맹비난했다. 보수언론은 여전히 ‘무능한 국회’라는 이명박근혜 정부 이래의 프레임을 펼쳤다. 다만 여야가 바뀐 탓인지 과거에 비해 야당에 대한 비난은 줄어든 듯했다. 이들에 따르면 예산안 처리가 늦어진 까닭은 정부여당이 애당초 ‘비합리적’ 예산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란다(4일 중앙일보 사설). 그리하여 해마다 늘어나는 규모보다 조금 더 증가한 총액을 놓고 ‘사상 최대’의 “슈퍼 예산안”이라고 부르고, 공무원 증원과 최저임금 지원 등을 놓고...
모든 양비론이 비겁하거나 음험한 논리는 아닐 터이다. 조선시대 영조는 탕평책을 펴기 전 양비론을 구사했고, 학술 논문에서 선행 연구들을 비판하면서 논지를 세우는 것도 일종의 양비론에 속한다. 양비론에서는 적어도 비판 대상이 되는 사안이 동등해야 하고 납득할만한 대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시비비 불문곡직의 사이비 논리가 되고 마는 것이다.탄핵 찬반이 진보-보수라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을 앞두고 보수 언론들이 펼치는 논조가 바로 그렇다. 3·1절을 전후해 벌어진 촛불집회와 친박 집회에 대해 “극단적 대립” “...
더 이상 싸잡아 몰아붙일 수는 없겠다. 이른바 ‘촛불 혁명’에 제도언론의 역할이 적지 않았음을 인정한다는 말이다. 최순실 사건 보도를 선도한 TV조선·한겨레·JTBC의 취재진은 한해를 결산하는 각종 언론상을 석권할 기세다. 특히 보수 성향의 종합편성 채널들의 적극적인 보도는 진보 쪽으로부터 “탄핵 방아쇠가 종편이었다는 걸 직시하자”(민교협 정치시평, 12월17일)는 반응을 낳게 하고, 탄핵을 반대하는 보수 집단으로 하여금 “종편 방송 폐지”라는 구호를 외치게 했다.언론의 무책임에 어이가 없다 하지만 촛불 민심에 불을 지핀 게 ...